이 논문은 1980년대 중반 민중미술과 밀접한 관계 속에 시작된 한국 페미니즘 미술과 비평이 1990년대에 포스트모더니즘 담론과 조우하는 시기에 주목한다. 그 시기 신미술사학(New Art History)과 문화연구의 대유행은 미술사가와 비평가들을 한국 페미니즘 미술 담론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출현한 것은 이분법에 기초한 세대적 분석틀, 즉 1980년대 이념 편향의 한계를 가진 정치적 ‘여성미술’과 이를 극복한 1990년대 실험적 형식과 탈이념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미술’ 간의 대립과 발전이라는 역사적 구도였다. 이에 도전하기 위해, 본고는 먼저 1980년대의 두 여성미술 전시, 여성 시화전《우리 봇물을 트자》(1988)와 여성미술연구회의《여성과 현실》전(1987-1994)을 분석한다. 1990년대 페미니즘 미술은 기획전을 중심으로 전개됐는데, 큐레이터로서 김홍희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또한 페미니즘 미술에 관한 본인의 저술을 엮어 책으로 발표하면서, 이전 시대 여성미술의 한계를 극복한 1990년대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미술이라는 세대적 분석틀로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를 정립하는 첫 시도를 한 것도 김홍희다. 다만, 세대를 나누고 발전을 강조하는 목적론적 역사 기술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 역사관을 따라 다수의 저자들이 두 시대의 페미니즘 미술을 분리하고 보다 발전된 후자가 전자를 극복했다고 서술했기 때문이다. 본고는 김홍희가 기획했던《여성, 그 다름과 힘》(1994)과 《99 여성미술제: 팥쥐들의 행진》(1999)을 검토하여 그 논리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1990년대 문화연구단체 ‘현실문화연구’ 에 참여한 페미니즘 미술가들의활동은 1980년대 여성미술 전시《우리 봇물을 트자》,《여성과 현실》과 함께 두 세대의 페미니즘 미술이 분리되거나 대립하지 않았음을 예시한다. 이분법적 세대 발전론의 틀을 거둬냈을 때 발견되는 것은 각 시대와 사회의 요구와 변화에 발맞춰 모이고 흩어지며 지배 이데올로기와 담론에 저항한 다양한 페미니즘 미술의 생생한 실천이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경직된 범주화와 사고를 전체화하는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미술사 실천의 가능성을 제안하려한다.

This study focuses on the period when Korean feminist art and criticism, which had begun in close relationship with Minjung misul in the mid-1980s, encountered postmodernist discourses in the 1990s. The trend of New Art History and cultural studies persuaded art historians and critics to participate in the discourse of Korean feminist art. However, what emerged was a history based on binary opposition that constructed a generational framework for feminist art. An ideologically driven political movement of ‘Yeoseong misul (Women’s Art)’ in the 1980s was set against an ideologically free and formally experimental ‘postmodern feminist art’ in the 1990s. To challenge this historiography composed of conflict and linear development, the essay first analyzes two exhibitions of Yeoseong misul: “Let’s Open the Floodgate” (1988) and “Women and Reality” (1987-1994). Feminist art in the 1990s developed alongside exhibitions, in which Kim Honghee played a critical role as a curator. Also, Kim wrote the first history of Korean feminist art within the generational framework, from which most other writers take their cue. However, the teleological historiography dividing generations and emphasizing development needs to be reexamined. This paper investigates Kim’s “Woman, the Difference and the Power” (1994) and “Patjis on Parade” (1999) in this context. On the other hand, the practice of feminist artists who participated in the cultural research group Hyunsilmunhwayeongu in the 1990s, along with “Let’s Open the Floodgate” and “Women and Reality” in the 1980s, reveals the two generations were neither clearly divided nor in conflict. But rather, the feminist artists gathered and scattered to meet the demands of each time and society, resisting dominant ideology. This study, by dismantling the generational framework, attempts to propose the possibility of an art history that articulates difference without becoming the subject of rigid categorization or a totalizing thought system.